안산시가 대규모 개발사업을 두고 들썩이고 있다. ‘안산선(4호선) 지하화’와 ‘초지역세권 도시개발’이 바로 그것.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공존하고 있다. 

지난 3일, ‘안산선 지하화에 따른 공간활용 및 도시발전 방안’을 주제로 시민 300명이 참가하는 대토론회가 있었다. 안산시민동행위원회가 주최·주관했다. 이 위원회는 이민근 안산시장이 위원장이다. 

이에 앞서 설문조사도 했다. 높은 찬성률이 눈길을 끈다. 88%가 ‘찬성’이다.

‘초지역세권 도시개발’도 비슷한 절차를 거쳤다. 지난 7월 시민설명회를 했다. 6월 29일~7월 15일까지 설문조사. 그 결과 93.3% 찬성. 이 설문조사는 안산도시공사가 안산시민 1,426명을 대상으로 했다.

굵직한 두 개발은 안산시가 역점 추진하는 개발사업이다. 설문조사 기관도 시 산하기관이다. 안산시가 여론을 주도해 가고 있다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정치판에 이런 말이 있다. 보수 단체장이 당선되면 복지 예산에는 소홀하고, 토건 개발사업 비중이 높아진다고. 물론 모든 단체장에 이에 속하지 않는다. 

시정은 단체장의 철학과 성향에 따라 달리 운영된다. 지금 안산시는 활발하게 개발추진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다. 적극적이며 그 속도가 빠르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국민의 힘 소속 단체장이다. 이런저런 추측을 낳는 이유다. 

이쯤에서 두 개발사업과 관련된 설문조사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공신력에 의문이 든다.

설문조사는 ‘통계 자료 따위를 얻기 위해 어떤 주제에 대해 문제를 내어 묻는 조사’라고 풀이 된다.

안산시 역시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를 할 수 있다. 제대로 했는가가 문제다. 

안산시가 실시한 개발 관련 설문조사는 문항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응답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개발을 전제로 한 질문에 지적이 많다. 즉, 개발에 대한 문제점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된 설문이란 점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설문조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응답자들이 충분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응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설문조사 공신력이 도마 위에 오른 까닭이다.

이는 안산시가 설문조사를 활용해 여론을 주도해 나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가 응답자의 주관적인 의견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정 지역의 주민이 대거 참여했다면 이는 결코 안산시민 전체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산선 지하화 사업은 신·구도심 간의 단절 문제와 교통체증, 보행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법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안산선 지하화를 추진할 경우, 안산시가 사업시행자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소음 및 진동 문제 #야외 승강장 이용 불편 등도 설명과 함께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돼 시민에게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안산도시공사 설문조사로 93.3% 찬성을 받은‘초지 역세권개발’도 일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산시가 앞으로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초지역세권 주변은 이미 많은 아파트가 있다는 주장이 가장 많다. 또 주변에 재개발 재건축 단지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따라서 안산시가 밝힌 도심 공동화 저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무엇보다 안산시에 아파트가 모자란다는 시의 주장에도 반론이 만만찮다. 장상지구, 신길지구, 3기 신도시 반월까지… 공급 예정된 물량만 어림잡아 3만 세대가 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지역세권에 사업성 높은 아파트를 지어 개발하고, 그 이익금으로 사업성 낮은 다른 시설을 조성한다는 시의 계획도 궁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민근 시장 과거 발언도 거론된다. 이 시장은 안산의 힘 대표 시절,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개발하려던 전임 시장에게 ‘구린내’ 난다고 성명까지 냈다고 한다. 

이는 현재 초지역세권 개발 계획과 충돌된다는 것. 그때는 안 되고 내가 하는 지금은 되는 ‘내로남불’이란 지적이다. 

개발은 안산시 미래다. 멈출 수 없고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격에 맞는 절차가 필요하다. 한눈팔지 말고 제대로 하라는 얘기다.

보여주기식이거나 형식적이어서는 안된다. 시민이 이해하고 기꺼이 응원하는 절차와 설명을 기대한다. 

개발로 인해 환경 문제, 주민 간 갈등 등은 최소화해야 한다. 교통과 주거문제가 해소되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시민들 삶의 질이 향상되길 기대한다. 모든 것은 안산시 행정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