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날벼락을 맞았다. 아니다. 경기도민이 더 깜짝 놀랐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발표로 온 국민이 환호할 때, 경기도교육청은 쥐구멍을 찾아야 했다. 도교육청의 행태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2023년 한강 <채식주의자>를 포함 ‘청소년유해성교육도서’를 지정했다. 그리고 이에 해당되는 책 2,528권을 폐기했다. 지난 한해 동안 진행된 일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노벨문학상 작품을 폐기한 셈이다. 그 이유와 과정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도교육청 행정 수준에 어이가 없다. 분명 그래야만 했을 까닭이 있었을텐데ᆢ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감 때 그 배경을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 밝혔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서로 읽게 됐다고 흥분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도교육청의 처사를 어떻게 볼까?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제주 4.3 <이별하지 않는다> 등이 그리도 눈엣가시였을까? 

작품을 특정 기관에서 폐기한다는 것.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상상도 가지 않는다. 

굳이 그 배경을 찾는다면 임태희 교육감이 MB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그렇게 폐기된 책은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귀한 책이 됐다. 당장 구하기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니 도교육청의 행태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경기도교육청과 임태희 교육감을 화들짝 놀라게 한 사건이 터졌다. 

한 방송 인터뷰에 임태희 라는 이름이 느닷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판 핫이슈를 주도하는 명태균씨 입에 의해서다. 

명씨는 대통령 부부와 관계. 그리고 공천 및 국정 관련 연관성으로 뜨겁다. 정치권에서는 명씨를 두고 브로커, 여론조사전문인 등으로 명명하며 말들이 많다. 

그가 입만 열면 톱뉴스다. 그런 그가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시간 인터뷰했다. 그 과정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명씨는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신청한 임태희씨 이력서를 자신이 봤고, 후보 낙점에 조언까지 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임 교육감이 직접 상관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정치판 구린 냄새가 나는 듯하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과 무관하게 치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암묵적 지원은 사실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손이 더욱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임 교육감은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정치인이다. 경기도 안성소재 한경국립대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그것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계기가 됐다. 출마자격을 갖췄다는 얘기다.

임 교육감은 취임 후 열심히 뛰고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권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로 경기도 교육행정은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자랑하는 교육행정 뒤에 ‘도서폐기’라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디서 왜 누구에 의해 시작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밝혀지길 바란다.

경기도는 임 교육감 전에 진보교육감이 10년 넘게 맡았다. 그래서 이뤄놓은 것도 많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물론,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다양한 교육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교육은 보완을 통해 완성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제도를 섣불리 바꾸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있는 단어다. 그럼에도 정권만 바뀌면 교육제도를 손보는 태도. 결코, 답일 수 없다.

전임 교육감의 흔적을 지우려다 뼈대가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폐기한 경기도교육청 이미지는 현재 추락했다. 

다시 격려받는 날이 올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은 필수다. 그전에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가짐도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