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월 2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희정-대권프레임으로 대연정 들고 나와 주목받아
남경필 탈당 후 경기연정표류...대권동력까지 흔들려
경기연정으로 이룬 사업실적...보는 시각마다 제각각
도민관심 끌지 못한 경기연정, 의미 약해 뒷심 없어

2014년 6.4지방선거 이후 ‘연정’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였다.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경기연정을 실천했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남 지사가 ‘연정’이라는 기득권을 들고 대선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정국에 접어들자 그 상황은 바뀌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권프레임으로 대연정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 지사의 대응능력이다. 경기도에서 민주당과 연정을 펼치던 남 지사는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연정의 틀이 흔들렸다. 안 지사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연정 아이큰 남경필을 넘어서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연정의 대표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연정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면서 정치권 연정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정을 선점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남 지사. 그 이유와 배경을 살펴봤다.      

연정아이콘 못 지킨 남경필

경기연정은 남 지사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 총선 이후 연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대권주자 반열에도 올랐다.

남 지사는 6.4지방선거를 통해 도지사로 당선된 후 경기연정을 시작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독일의 연정을 연구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지사로 당선됐지만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경기연정을 시작했다. 부지사직 한자리를 야당인 더민주에 제안했다.

시작은 시끄러웠다. 야당인 더민주에서 찬성과 반대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딛고 경기연정은 시작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중앙정부도 아닌 지방정부에서 연정이 시작된 것.

남 지사의 연정은 지방정부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대다수의 도의회 야당인 더민주 의원들의 평가다.

하지만 당시 경기도의회 여소야대의 상황으로 남 지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과 자신의 정치소신이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으로는 “부지사직 자리하나 내준 것 말고는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다.

이는 경기연정이 시작부터 부실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연정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도민을 대상으로 어떤 설명회나 공청회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연정의 의미 전달도 미약했다. 경기연정은 도민들에겐 남 지사와 경기도의회 간 정치놀음으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민들은 경기도가 연정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연정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 할 수도 없다. 남 지사가 경기연정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경기연정 평가...현실과 달라

경기도민이 경기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연정을 이해하고 받아 들였다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을 들고 나왔을 때 남 지사의 위상은 달라졌다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 지사는 경기연정에 대해 '사상 최고 국비 11조6248억원 확보',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 '일자리 재단 출범' 등을 연정의 성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는 2015년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가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경기도는 산하기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폐합 계획을 추진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으로, 경기영어마을은 평생교육진흥원으로 흡수 통합시켰다.

하지만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경기도주식회사가 새로 설립됐다. 도 산하 공공기관 수는 24개 제자리로 통폐합 과정에서 소리만 요란했다.

또한 경기도가 민선6기 도정목표인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이끈다며 지난해 9월 경기도일자리재단을 출범했다. 하지만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출범 6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미비하다. 신규사업 없이 기존 경기도 일자리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남 지사의 평가와 현실은 다른 셈이다.

▲ 지난해 10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위원장 4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실한 경기연정 힘 못실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이 갈라졌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눠졌다. 그 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명했다. 뿌리가 같은 두 당은 보수주도권 전쟁이 뜨겁다.

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역시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4당체제가 됐다.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됐다. 남경필 경기지사 탈당한 후 바른정당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른정당이 여당이 된 셈이다. 경기도의회 바른정당 의원 수는 현재 11명이다. 여당이지만 아직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한 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교섭단체의 여건을 갖추더라도 연정참여는 어려울 전망이다. 2기 연정의 주체는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김승남(양평1) 1위원장과 한길룡(파주4) 2위원장이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가면서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공석 2자리 중 기획조정.행정.의회운영.안전분야를 담당하는 1위원장을 선임했다. 2위원장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4명의 연정위원장 중 제1.2연정위원장의 임명권은 자유한국당이 가지고 있다. 제3.4연정위원장은 더민주가 가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도의회 여당인데 연정참여는 필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석인 2위원장을 임명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남 지사는 연정의 아이콘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남 지사는 연정을 앞세워 대선에 출마했다. 경기연정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남 지사가 어떤 묘수를 내놓고 경기연정을 이끌고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율 행정1부지사, 강득구 연정부지사, 연정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요 도정회의’가 열리고 있다.

경기연정 내용에 충실 했어야

남 지사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연정1기는 지난해 2기 연정으로 이어졌다. 경기연정의 상징인 1기 사회통합부지사는 2기에서는 연정부지사로 명칭이 변경됐다.

또 지방장관 격인 4명의 연정위원장을 선출했다. 남 지사와 연정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남 지사의 연정은 요란은 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누리과정 예산으로 2016년 예산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경기도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았다.

경기연정의 한 축인 야당 일부에서는 남 지사가 연정만 하려했지 정책에 대한 가치공유는 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기 연정 합의문에는 288개 사업을 담고 있다. '행복한 일자리', '경제활성화 및 경제민주화', '안정된 주거복지', '따뜻한 보건.복지분야',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분야', '안보.안전분야' 등을 담았다. 민생연정을 표방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남 지사의 탈당과 대권도전선언 등으로 연정이 표류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으로서 정치판은 조기대선이 점쳐지고 있다. 남 지사는 연정의 구심점이다. 연정부지사가 연정을 꾸려 나가고는 있지만 대선에 나선 남 지사는 연정이나 도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 지사는 최근 대선 캠프에 경기도청 기획조정실 소속 사무관 두 명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검사역으로 재직 중인 간부를 자신의 대선캠프에 참여시키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남 지사의 경기연정이 빛을 잃어가는 만큼 대선행보도에도 힘이 빠지는 형국이다.    

2월14일 열린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남경필 지사는 "경기연정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며 "흔들림 없는 경기연정을 위해 연정실행위원들이 적극적인 역할과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강득구 연정부지사는 "위기상황일수록 소통과 협업이라는 연정의 정신이 더 큰 가치와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연정실행위원회가 연정과제 뿐 아니라 도정 중요 의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도정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경기도와 중앙의 정치판 상황에서 남 지사가 힘 있게 경기연정을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